2008년 5월 26일 월요일

[teamproject] storytelling


[brown vill] storytelling 01
날씨 좋은 주말이다. 햇살도 너무 좋고, 기분도 좋아 책 한권을 들고 바깥으로 나왔는데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
‘얼마 전에 오픈한 카페가 하나 있던데 거기나 가볼까?’
엠피쓰리에서 나오는 노래를 가볍게 흥얼거리며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직 커피를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았나보다. 진한 커피향이 기분을 한층 더 좋게 해줬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리시면 갖다 드리겠습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의 자리로 골라 앉았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참 사람을 편하게 하는 것 같다. 혼자 오기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브라운 계통의 컬러링도 커피와 잘 어울려서 좋다.
“커피 나왔습니다.^-^*"
“감사 합니다.”

[brown vill] storytelling 02
얼마 전부터 이상하게 영주님이 아프신 것 같아 보인다. 혈색도 통 안 좋으시고, 식사도 잘 못하시는 게 너무 걱정스럽다. 평소 같으면 마을 한 바퀴 도시면서 기분 좋게 인사도 나누시고, 우리도 보살펴 주시고 하실 텐데. 그러시던 분이 통 보이시질 않으니, 마을 분위기도 뭔가 허전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곳에 모여 대책 회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해결책이 뭔데?”
각설탕(cube sugar)이 나에게 물어왔다. 대책 회의를 소집한 게 나여서인지 마을 주민들은 나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보인다. 뿐만 아니라 나도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본다.
“내가 생각하는 대책은 인간계에서 사람 한명을 데려 오는 거야. 만병통치수로 불리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모두 알고 있다 시피, 우리는 그것을 만들 수 없잖아.”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식어버렸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이건 너무 위험한 제안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가장 최선의 제안이기도 하다.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가장 최근에 인간계에서 도망쳐 이곳에 온 와플이 말했다.
“그래, 맞아. 우리 중 누가 그 곳에 나가려고 하겠어? 우린 그 곳에서 힘겹게 도망쳐서 겨우 이곳에 온 거라고! 말해봐! 누가 갈 거야?”
누구 하나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우린 우리로 커피를 만들려는 인간들로부터 도망쳐 여기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이다. 도자기 커피 잔인 나는 커피 한잔에 끝나는 건 아니지만 뜨거운 커피가 너무 싫어 이곳으로 도망쳐 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항상 나의 몸에 뜨거운 커피를 부었다. 이곳에 온 뒤로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살 수 있게 된 것도 우리 마을의 영주님 덕분이다.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영주님을 이대로 둘 수는 없잖아! 우리 중 누군가는 분명히 가야해!”
영주님이 얼마나 사셨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이 마을이 만들어졌는지. 누구도 이곳에 대해 아무도 모르지만 영주님은 항상 무슨 이유에선지 우리를 보호해주시고, 보살펴주신다.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오신 이유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이시고, 우리는 그 분의 보살핌에 감사해하며 살고 있다.
“내가 가겠어.”
아무 말 없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포크가 이야기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면 분명 가야만 한다고는 생각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라는 게 부족했지.
“각설탕이나 접시, 컵 ...... 당신들 보단 내가 낫지 않겠어? 깨질 위험도, 녹을 위험도 없잖아. 그러니까 내가 가겠어.”
“그러고 보니, 포크씨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후...... 그렇다고 해서 포크씨 혼자서만 보내드릴 순 없지 않습니까? 혼자 가는 게 위험부담이 더 적다고 하더라도 이리저리 일을 도와줄 여럿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깨지더라도 저는 가도록하겠습니다. 저와 같이 가실 분 없으십니까?”
포크가 용기를 내서 가겠다고 하자 나의 어딘가에서 용기가 불쑥 나와 버렸다. 이런 나의 용기가 다른 몇에게 전달이 되었는지 스푼 몇 분과 포크 몇 분이 나와 함께 가기로 했다. 각설탕씨도 가겠다고 부탁했지만 사실 가장 위험이 큰 분이라 어쩔 수 없이 우리만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한 커피숍으로 영주님 몰래 가게 되었다.
[brown vill] storytelling 03
밤새 의견을 나눈 결과 내가 직접 서빙을 나가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었다. 비교적 입술에 닿을 가능성이 내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마법의 가루를 써서 나와 동시에 데려갈 분을 데려가야 하기 때문에 적은양의 마법의 가루로는 이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새벽부터 다른 컵들 사이에서 얌전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스푼과 포크들은 다른 마법의 가루를 써서 소녀가 다시 이곳에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멈춰두는 역할을 맡았다.
가게가 오픈 하고 한 40분이 흘렀는데도 아직 손님이 없다. 아직 개점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소녀한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보는 순간 딱 저 사람이다 싶었다. 간절히 간절히 바랐다. 정말 내가 소녀에게 갈 수 있도록. 그만큼 간절했던 걸까? 나의 간절한 마음을 들어준 걸까? 기적처럼 내가 소녀에게 다가갔다.
두근 두근- 소녀의 입술이 나에게 닿는 그 순간까지 나는 소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입술이 나에게 닿는 순간 마법의 가루를 나의 몸에 덮어 씌웠다.
[brown vill] storytelling 04
“여기...긴? 어디지?”
말도 되지 않는다. 나는 방금까지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커피한잔을 즐기고 있었는데...... 이런 풀밭에 누워 있는 이 상황은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게다가 말도 되지 않게 커피 잔이 달그닥 그리며 나에게 다가오는 저 모습하며, 포크와 스푼들이 퐁당 퐁당 뛰어오는 저 모습은 !!
“많이 놀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말도 되지 않는다. 커피 잔이 나에게 말을 해?!
“역시 많이 놀라셨나 보군요. 여긴 brown vill입니다. 당신이 계시던 그 곳이 아닙니다. 저희 사정이 있어서 한 마디도 못 드리고 우선 여기에 데려오게 된 점은 진심으로 사죄드리는 바입니다.”
분명 말하고 있는 건 커피 잔이고, 나에게 말하고 있는 거다. 커피를 마시다 잠이 든 건가? 꿈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진짜 같다. 내가 대답을 할 수 있기는 한 걸까?
“하지만 저희도 사정이 사정인 만큼. 우선 저희의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나는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녀석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줬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말이 되는 게 없는데, 나는 녀석에게 설득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제가... 영주님을 구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여러 가지 재료들을 모아서 커피를 만들어 드려야 한다는 말씀이신건가요?”
“부탁드립니다.”
아...... 이게 정말 꿈이든 현실이든 내가 해야 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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